손등은 가라! 망그러진곰·아이돌 사진에 투표 도장 찍는 '투표 인증 전쟁'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5월 29일 시작되면서 소셜미디어에는 색다른 투표 인증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기존에 손가락이나 손등에 기표 도장을 찍던 방식에서 벗어나, 개인이 준비한 '맞춤형 투표 인증 용지'에 도장을 찍어 SNS에 공유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날 인스타그램과 X(옛 트위터)에는 투표소를 배경으로 한 사진이나 전통적인 손등 도장 인증샷과 함께,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나 연예인, 스포츠팀 등을 활용한 맞춤형 인증 용지가 눈길을 끌었다. 망그러진곰, 안경만두 같은 인기 캐릭터부터 아이돌 포토카드까지 다양한 디자인의 인증 용지가 활용됐다.

 

사전에 준비하지 못한 유권자들도 즉석에서 창의력을 발휘했다. 일부는 펜으로 직접 그림을 그려 자체 제작한 인증 용지를 만들거나, 소지하고 있던 아이돌 포토카드를 활용하기도 했다. SNS 이용자들은 이러한 인증 사진과 함께 "귀여운 인증 용지 덕분에 기분 좋게 투표했다", "덕분에 재밌게 참여했다" 등의 긍정적인 후기를 공유했다.

 


이러한 새로운 투표 문화는 MZ세대에만 국한되지 않고 기성세대에게도 확산되고 있다. 가수 이승환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일찍 일어났다. 평화를 일구고 경제를 일으킬 유능한 일꾼을 뽑는다는 일념에 가슴이 일렁여서"라는 메시지와 함께 기표 도장이 찍힌 인증 용지를 들고 찍은 사진을 올렸다.

 

정원오 성동구청장도 SNS에 다양한 인증 용지를 보여주는 인증샷을 게시하며 "오늘을 기다렸던 이유는 귀여운 인증 용지 덕분"이라고 밝히고, "이제는 '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라는 말이 현실이 되는 느낌"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법적으로는 개인이 준비한 투표 인증 용지에 기표 도장을 찍어 SNS에 공유하는 행위는 현행법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투표 인증 사진은 반드시 투표소 밖이나 입구에서만 촬영해야 한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기표소 내에서 투표지를 촬영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전투표에서 나타난 맞춤형 투표 인증 용지 열풍은 선거 참여에 재미 요소를 더하고, 투표를 개인의 취향과 정체성을 표현하는 문화적 행위로 확장시키는 흐름을 보여준다. 이러한 현상은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선거를 축제 분위기로 만드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