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이황, 이성계, 견훤왕... 대한민국 '역사 교과서 속 인물들'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길

 가을의 문턱, 저마다의 이야기와 풍경을 품은 길 위에서 역사의 숨결과 자연의 위로를 동시에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황금에 얽힌 비극적 전설을 품은 길부터 왕조의 기상이 서린 옛 성곽길, 고고한 선비의 발자취를 따르는 물길과 붉은빛 염전이 장관을 이루는 갯벌길까지, 저마다의 매력으로 발걸음을 유혹하는 특별한 도보 여행지 네 곳을 소개한다.

 

이름부터 호기심을 자아내는 단양 소백산자락길 5코스 '황금구만냥길'은 소백산 깊은 곳의 전설을 따라 걷는 길이다. 가난한 농부가 황금 구만 냥을 얻었으나 그사이 가족이 모두 굶어 죽었다는 이야기가 서린 구만동을 지난다. 또한, 남녀의 사랑 이야기가 담긴 '용알바위' 전설이 흐르는 솔티천을 건너고, 구불구불한 고갯길 너머로 백두대간의 산세를 조망할 수 있는 '보발재'로 이어진다. 길목의 단양한옥단지나 한드미마을에서의 농촌 체험도 가능하다.

 


안동 퇴계오솔길 2코스는 퇴계 이황을 비롯한 여러 학자들이 거닐며 사색했던 인문학의 현장이다. 출발점인 가송리마을의 농암종택은 강호문학의 대가 농암 이현보의 정신이 깃든 곳이다. 종택 앞으로는 뗏목이 부딪히며 큰 소리를 냈다는 '벽력암' 절벽이 있고, 낙동강 너머로 청량산과 하늘다리가 어우러진 풍경을 볼 수 있다.

 

전주 천년전주마실길 '한옥마을둘레길'은 천년고도의 역사를 따라 걷는 길이다. 고려 말 이성계가 왜구를 무찌르고 잔치를 열었던 '오목대'에서 시작해 후백제를 세운 견훤의 이야기가 서린 남고산성까지 이어진다. 천연기념물 수달이 사는 전주천을 따라 걷다 보면 완산칠봉 자락의 정혜사와 완산공원을 만나고, 남고산성에서는 전주 시내를 조망할 수 있다. 자만벽화마을과 자연생태박물관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시흥 늠내길 2코스 '갯골길'은 경기 유일의 내륙 갯벌인 시흥 갯골생태공원을 중심으로 펼쳐진 길이다. 구불구불한 갯고랑 옆으로 옛 염전 풍경을 볼 수 있다. 이곳에는 붉은빛 함초와 다양한 염생식물이 자라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소래염전 소금창고' 2동이 남아있어 과거 염전의 역사를 보여준다. 전망대에 오르면 공원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