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성지에서 오픈런까지"…'망해가던' 박물관이 115억 굿즈로 대박 난 비결

 광복절 연휴, 폐장을 한 시간 앞둔 국립중앙박물관의 풍경은 마치 아이돌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특히 ‘뮷즈(뮤지엄+굿즈)’ 상점은 인파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고,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에 등장해 화제가 된 ‘까치호랑이 배지’는 일찌감치 품절 딱지가 붙었다. 용산 이전 20년 만에 역대 최다 관람객을 기록한 박물관의 폭발적인 인기가 피부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수치로도 증명된다. 2025년 상반기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64%나 폭증한 270만여 명. 같은 기간 ‘뮷즈’ 매출액 역시 34% 증가해 역대 최대치인 115억 원을 돌파했다. 박물관 측은 BTS, 넷플릭스 등 전 세계를 휩쓰는 한류 콘텐츠의 인기가 자연스럽게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방탄소년단 RM이 SNS에 올린 그림 한 장이 해외 팬들을 박물관으로 불러 모으는 ‘성지순례’ 코스가 되었고, K-애니메이션과 K-댄스에 등장한 호랑이 그림과 갓이 ‘힙한 아이템’으로 떠오르며 굿즈 열풍에 불을 지폈다.

 

사실 국립중앙박물관의 흥행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이미 2023년, 영국의 권위 있는 매체 〈아트 뉴스페이퍼〉는 국립중앙박물관을 아시아 1위, 세계 6위의 박물관으로 선정했다. 2005년 용산에 새 둥지를 튼 이래, 박물관은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이어왔다.

 

초기부터 ‘스타 마케팅’은 주효했다. 2009년에는 배우 배용준의 책에 박물관을 포함시키기 위해 공을 들여 일본 팬들의 발길을 이끌었고, 최근의 RM 효과는 그 연장선에 있다. 또한, ‘이집트 문명전’, ‘합스부르크 600년’ 등 블록버스터급 해외 전시를 유치해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았고,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등과 협력해 평소 보기 힘든 유물을 국내에 선보이는 전략도 구사했다.

 


전시 방식에도 혁신을 꾀했다. 유물을 단순히 나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관람객의 ‘체험’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그 정점이 바로 ‘사유의 방’이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오직 두 점의 반가사유상에만 집중하게 만든 이 공간은, 개인의 경험을 중시하는 요즘 관람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며 박물관의 ‘킬러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마침내 ‘굿즈 맛집’이라는 별명이 화룡점정을 찍었다. 과거 문구류 위주였던 상품들은 4년간의 끈질긴 개발 끝에 탄생한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를 시작으로 대변신을 시작했다. 유물의 정수를 담아낸 고품질 굿즈는 ‘소장 욕구’를 자극했고, 취객 선비 변색 잔, 금동대향로 미니어처 등 나오는 족족 품절 대란을 일으키며 박물관을 ‘오픈런’해야 하는 핫플레이스로 만들었다.

 

한류의 바람을 타고, 스타의 영향력을 활용하며, 전시와 굿즈의 질을 끊임없이 혁신해 온 20년의 노력이 지금의 ‘국중박 신드롬’을 만든 것이다. 전문가들은 영화보다 박물관을 찾는 인구가 더 많아지는 선진국형 문화 소비가 시작되었다며, 특히 젊은 층의 폭발적인 관심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