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없는 카페거리'…월세 폭등에 전포동 떠나는 카페 사장님들

 부산 카페 문화의 성지로 불렸던 '전포카페거리'의 정체성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개성 넘치는 소규모 카페들이 뿜어내던 매력은 희미해지고, 그 자리를 대형 프랜차이즈와 식당, 술집이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상권 성장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라는 시각도 있지만, '카페거리'라는 이름이 무색해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다.

 

최근 전포카페거리를 찾은 방문객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아기자기한 카페를 찾아 멀리서 방문했지만, 눈에 띄는 것은 카페가 아닌 유명 피자 가게 앞에 길게 늘어선 줄과 즐비한 술집들이다. 한 여행객은 "카페보다 식당과 술집이 더 많아 다른 도시의 번화가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며 실망감을 토로했다.

 

실제 데이터도 이러한 변화를 증명한다. 부산진구청에 따르면, 전포카페거리의 카페 수는 2년 전 63곳에서 현재 60곳으로 줄었다. 이 수치에는 최근 우후죽순 들어선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가 포함되어 있어, 거리의 정체성을 만들었던 개인 소규모 카페의 감소 폭은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탈(脫)카페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치솟은 임대료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서면/전포 상권의 임대가격지수는 부산 지역 21개 상권 중 광안리 다음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50㎡(약 15평) 남짓한 상가의 월 임대료는 보증금 3~4천만 원에 100만 원을 훌쩍 넘고, 재계약 시에는 월세가 10만 원씩 오르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

 


특히 카페는 다른 업종에 비해 임대료가 고정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임대료 상승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저렴한 임대료를 찾아 모여들었던 카페 사장들이 이제는 폭등한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떠나가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전형적인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기존 카페들이 떠난 자리에는 유명 피자 업체가 분점을 내는 등 상권의 풍경이 급격히 바뀌고 있다. 갈 곳을 잃은 카페들은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근 '전포사잇길'로 대거 이주하는 모양새다. 전포사잇길의 카페 수는 불과 1년도 안 돼 117곳에서 162곳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15년간 이곳을 지켜온 한 카페 사장은 "인건비, 임대료, 재료비가 모두 올라 수익성이 예전 같지 않다"며 "치열한 경쟁을 견디지 못하고 사라지는 카페가 한둘이 아니다"라고 한탄했다. 또 다른 업주는 "과거에는 '카페 성지순례'를 오는 손님이 많았지만, 이제는 식당, 술집을 찾는 손님이 주를 이룬다"며 "개성을 잃고 평범한 거리가 되면서 바다를 낀 광안리 등에 비해 매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물론, 이를 상권 성장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예비 창업자들 역시 다양한 업종이 섞인 상권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관할 구청 또한 '카페'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맥주 축제를 여는 등 변화를 인정하고 있지만, '전포카페거리'라는 고유의 브랜드 가치가 소멸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