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도 13년 만에 '손절'한 괌 노선… 대한항공·진에어만 '울며' 증편하는 이유

 과거 신혼여행과 가족여행의 '성지'로 불리며 황금알을 낳던 괌 노선이 항공사들에게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치솟는 환율과 살인적인 현지 물가에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수익성 악화를 견디다 못한 항공사들이 괌 노선 운항을 줄줄이 중단하고 나섰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최근 인천~괌 노선 운항을 13년 만에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첫 운항 중단으로, 내년 3월 28일까지 비행기를 띄우지 않을 계획이며 재개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티웨이항공 역시 10월 20일부터 11월 15일까지 약 한 달간 해당 노선 운항을 멈추기로 했다.

 

이러한 결정의 배경에는 급감한 수요가 있다. '가장 가까운 미국령'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달러 강세와 비싼 물가 탓에 괌의 매력은 급격히 떨어졌다. 실제로 올해 1~7월 인천~괌 노선 여객 수는 약 37만 8000명으로, 2019년 동기(66만 9000명) 대비 거의 반 토막이 났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일부 항공사들은 오히려 '울며 겨자 먹기'로 괌 노선을 늘려야만 한다는 점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내건 '좌석 공급 유지' 조건 때문이다. 합병으로 인한 독과점을 막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2019년 대비 90% 이상의 좌석 공급을 유지하라는 '족쇄'가 채워진 것이다.

 

이로 인해 대한항공은 인천~괌 노선을 주 14회에서 21회로, 자회사인 진에어는 주 7회에서 14회로 증편했다. 심지어 진에어는 이달 2일부터 하루 3편 운항 체제에 돌입했다. 약 3년 만에 괌 노선 운항을 재개하는 에어서울 역시 다음 달부터 주 7회 매일 운항에 나선다.

 

결국 시장 논리라면 당연히 축소해야 할 노선을, 과징금을 피하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며 띄워야 하는 기형적인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수요가 줄면 운항을 줄이는 게 당연하지만, 괌 노선은 오히려 늘려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며 "공급을 줄였다가 과징금을 맞을 수 있어 어쩔 수 없이 운항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수요 없는 노선에 '유령 비행기'만 오가는 웃지 못할 현실이 펼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