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0명 체포, 노숙자 캠프 50곳 철거…트럼프 '군홧발 치안', 다음 도시는 어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삼엄한 경비 속에 백악관 인근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집권 2기 후 첫 공개 외식을 가졌다. 이 저녁 식사는 단순한 한 끼가 아니었다. 워싱턴 D.C.에 주방위군을 투입해 이룬 '범죄와의 전쟁' 성과를 과시하고, 자신의 '강한 리더십'을 대내외에 각인시키기 위한 치밀하게 연출된 정치적 행보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레스토랑 안에서 축배를 드는 동안, 밖에서는 군홧발에 짓밟힌 시민들의 분노와 경제적 고통의 신음이 터져 나오며 '두 개의 워싱턴'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JD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 행정부 핵심 인사들을 대동하고 고급 스테이크 레스토랑 '조스 시푸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식당에 들어가기 전 기자들에게 "여기는 지난 20년간 매우 안전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사실상 범죄가 없는 곳"이라며 군 투입의 정당성과 성공을 역설했다. 식당 안에서도 손님들을 향해 "우리는 안전한 도시에 있다. 집에 갈 때 강도를 당하지 않을 것"이라며 마치 '구원자'와 같은 모습을 연출했다.

 

백악관은 이러한 대통령의 발언을 뒷받침하듯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지난달 군 병력 투입 작전 개시 이후 최소 2120명을 체포하고 214정의 총기를 압수했으며,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노숙자 캠프 50곳을 강제 철거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그치지 않고 "우리를 원하는 주지사와 시장들이 있다"며 워싱턴 모델을 다른 도시로 확대할 것임을 시사, '군대를 동원한 치안 확보'를 전국적인 어젠다로 확장하려는 야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자축한 '안전한 도시'의 이면에는 깊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가 레스토랑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일부 시민들은 "우리 시대의 히틀러"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격렬하게 항의하다 경호 인력에 의해 거칠게 끌려 나갔다. 대통령을 향한 이들의 절규는 군 병력이 도시를 장악한 현실에 대한 시민 사회의 뿌리 깊은 반감을 대변했다.

 

경제적 부작용도 현실화되고 있다. 도시 곳곳에 중무장한 군인들이 배치되면서, 워싱턴을 찾는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 자유와 활기의 상징이었던 수도의 거리가 삼엄한 군사작전 지역처럼 변모하자 관광객들이 공포와 불편함을 느끼고 방문을 기피하게 된 것이다. 이는 곧바로 지역 상권의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안전'을 선포하며 스테이크를 썰었던 바로 그 순간에도, 인근의 다른 식당들은 급감한 손님 탓에 폐업 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외식 쇼'는 범죄율이라는 통계적 성과 뒤에 가려진 시민들의 기본권 침해, 경제적 고통, 사회적 갈등이라는 복합적인 문제를 외면한 채, 일방적인 성공 서사만을 강요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안전'이라는 이름 아래 도시의 활기를 잃어버린 워싱턴의 현실은, 트럼프식 해법이 가져올 또 다른 그림자를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