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새 장! 삼성가 4세, 재벌가 장교 계보 잇는다

 삼성가 4세인 이지호 씨가 해군 장교로 입대하기 위해 부친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직접 설득한 사실이 알려져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복수국적자가 사병이 아닌 장교로 복무하려면 외국 국적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의 결정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이재용 회장 역시 장남의 뜻깊은 결정을 반색하며 격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이지호 씨는 오는 15일 경남 진해 해군사관학교에 학사사관후보생으로 입영한다. 그는 이곳에서 11주간 강도 높은 장교 교육 훈련을 받은 뒤, 오는 12월 1일 해군 소위로 정식 임관할 예정이다. 훈련 기간과 임관 후 의무복무기간을 합치면 총 39개월간의 군 생활을 하게 된다.

 

이지호 씨의 이번 '장교 입대'는 한국 재계에서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그는 2000년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 국적과 미국 시민권을 동시에 가진 '선천적 복수국적자'다. 현행법상 복수국적자가 일반 사병이 아닌 장교로 복무하려면 반드시 외국 시민권을 포기해야 한다. 이는 병역 의무를 수행함에 있어 상당한 결단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실제로 미국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가진 병역의무 대상자가 자원입영을 신청하는 사례는 한 해 평균 100여 명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대부분 현역병 입대이며, 장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는 일반 사병의 복무 기간(18~21개월)보다 최대 2.1배나 긴 복무 기간을 감수해야 할 뿐만 아니라, 복수국적이라는 이점까지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지호 씨는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가족들을 일일이 설득하며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이지호 씨가 장교로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의지가 매우 강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재용 회장 또한 장남의 이러한 생각을 매우 대견하게 여기며 적극적으로 지지했다고 한다.

 

재계 총수 일가 가운데 장교 입대를 택한 사례는 최태원 SK 회장의 둘째 딸 최민정 씨가 대표적이다. 최 씨는 병역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2014년 해군사관학교 후보생으로 자원입대하여 2015년 청해부대, 2016년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복무하며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모범을 보였다. 이지호 씨가 임관하면 최민정 씨의 군 후배가 된다는 점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삼성가 4세의 이번 자원입대는 병역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재계 후계자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사례들을 다시금 조명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코오롱그룹 4세인 이규호 코오롱그룹 부회장 역시 미국 시민권을 가진 복수국적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육군에 현역 입대하여 병역 의무를 마쳤으며, 제대 후에는 미국 시민권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은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2006년 공군사관후보생 117기 통역 장교로 3년 4개월간 복무했다.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도 미국 예일대를 졸업한 뒤 공군 장교로 병역을 마쳤다. 김승연 회장 역시 1974년 공군 장교로 복무하여, 한화그룹 세 부자가 모두 공군 장교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한 특별한 기록을 남겼다.

 

최신원 SK네트웍스 전 회장의 장남인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사장은 중국 푸단대를 졸업한 뒤 귀국하여 2006년 해병대 수색대에 자원입대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장남 해찬 씨는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하고 2021년 11월 육군에 입대하여 2023년 5월 만기 제대했다.

 

이처럼 해외에서도 장교 복무는 기업인들의 모범적인 '노블레스 오블리주' 이행 사례로 꼽힌다. 스웨덴 대기업 발렌베리그룹의 창업주 가문인 발렌베리가는 창업자 앙드레 오스카르 발렌베리를 필두로 5대 170년에 이르는 동안 경영에 참여한 가문의 일원들이 해군 장교로 복무해 온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대부호였던 존 D. 록펠러의 후손들도 장교로 복무하며 국가에 헌신했다. 존 D. 록펠러의 외아들 존 D. 록펠러 주니어의 3남 로런스 S. 록펠러와 4남 윈드롭 록펠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각각 해군 장교와 육군 장교로 참전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

 

이지호 씨의 이번 해군 장교 입대 결정은 단순한 병역 의무 이행을 넘어, 한국 재계의 젊은 리더들이 보여주는 사회적 책임 의식과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상징하는 중요한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