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소멸 위기? "약점이 가장 강력한 무기"…대한민국을 놀라게 한 7가지 역발상

 인구 감소와 경기 침체라는 이중고 속에서 '관광'은 더 이상 변방의 정책이 아닌, 지역의 생존과 직결된 핵심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쇠락한 항구, 낙후된 도심 외곽, 안보 위협이 상존하는 접경지 등 저마다의 약점을 오히려 가장 강력한 무기로 탈바꿈시킨 지방자치단체들의 혁신적인 시도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16일, 한국관광정책연구학회(TOPA) 주최로 서울관광플라자에서 열린 '2025 제3회 대한민국 관광정책대상'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자리였다. 이날 수상의 영예를 안은 강원 동해시, 서울 은평구, 충북 괴산군, 경북 영덕군, 전북 순창군, 경기 연천군, 경남 진주시 등 7개 지자체는 지역 소멸의 위기 앞에서 관광 정책이 어떻게 가장 현실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는지를 성공적으로 증명해냈다.

 

이들 지자체의 전략은 '발상의 전환'으로 요약된다. 강원 동해시는 어선이 떠나고 활기를 잃은 묵호항 일대를 스카이밸리와 논골담길, 전망대 등으로 엮어 새로운 관광 동선을 창조했다. 버려진 공간의 성공적인 재생 사례다. 서울 은평구는 대도시 외곽이라는 지리적 한계를 역이용, 불광천과 진관사, 한옥마을을 잇는 '문화관광벨트'를 조성하여 균형 발전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1993년, 주민과 공무원이 선사시대 복장을 입고 시작했던 경기 연천군의 작은 행사는 이제 세계적인 '구석기엑스포'로 도약하며, 접경지역이라는 안보적 약점을 글로벌 문화관광 콘텐츠로 승화시켰다. 이는 관광이 단순히 시설을 짓는 개발 사업이 아니라, "방문자의 흐름을 발견하고 동선을 만드는 것"이라는 정책 좌담회의 핵심 메시지와 정확히 일치한다.

 


전통 자산의 현대적 재해석 또한 돋보였다. 전북 순창군은 고추장, 된장으로 대표되는 전통 발효문화에 '떡볶이 페스타'를 결합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이는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장류 축제의 문턱을 낮추고 젊은 세대를 성공적으로 유입시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최영일 순창군수는 "발효문화는 순창의 정체성이자 미래"라며 세계 시장으로의 확장을 자신했다. 경남 진주시가 수달 캐릭터 '하모'와 그의 동생 '아요'를 통해 도시 브랜딩에 나선 것 역시, 딱딱한 정책 언어가 아닌 친근한 캐릭터라는 새로운 언어로 도시의 정체성을 알리려는 성공적인 시도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화려한 성공 뒤에는 공통적인 과제도 명확히 드러났다. 동해시의 아름다운 해안길, 영덕군의 웰니스 관광, 은평구의 고즈넉한 한옥마을 모두 방문객의 체류 시간이 짧아 지역 경제 전반으로 온기가 퍼지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충북 괴산군의 '산막이호수길' 사례처럼, 개장 초기의 폭발적인 인기를 지속하기 위한 새로운 콘텐츠 발굴의 필요성도 절실하다. 이는 일본의 주민 주도형 '마치즈쿠리(마을 만들기)'나 유럽의 폐광, 공단을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사례처럼 장기적인 안목과 꾸준한 지원이 뒷받침되어야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한국의 지자체들이 보여준 실험과 혁신은 세계적 수준이지만, 일회성 성공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재정적 안정성과 국가 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연택 학회장은 "올해 수상 사례들은 지역의 현실과 맥락에 밀착된 맞춤형 정책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총평하며, "관광정책이 단기 성과를 넘어 도시의 미래를 설계하는 핵심 전략임을 증명하는 모범"이라고 강조했다. 지역의 약점을 강점으로 바꾼 7개 지자체의 도전은 이제 막 시작됐다. 이들의 고군분투가 한국 관광의 새로운 미래를 열고 국가 경쟁력의 초석을 다지는 밑거름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