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원 수술비 대신 낸 정부, 소송은 뒷북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으로 복역 중인 최서원 씨의 병원비를 국가가 대신 부담하고도 제때 돌려받지 못한 사실이 확인됐다. 금액은 3927만 원이다. 정부는 뒤늦게 소송에 나섰지만, 이미 법적으로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 씨는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2020년 5월 어깨 부상을 입고 수술을 받았다. 이후에도 팔을 제대로 움직이기 어렵고 통증이 심하다고 호소하며 추가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 측은 그동안 수감 중 건강이 악화됐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지난 2월에는 딸 정유라 씨를 통해 공개한 자필 편지에서 독방 생활 중 설거지 등을 하며 통증이 심해졌다는 취지로 주장하기도 했다.

 

문제는 수술비 처리 과정에서 불거졌다. 당시 발생한 병원비는 3927만 원이었지만 최 씨는 이를 곧바로 납부하지 않았다. 교정당국은 영치금에서 비용을 공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며 납부를 요구했지만, 실제 회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결국 정부가 병원비를 먼저 지급하고, 이후 최 씨에게 구상권을 행사해 받아내는 방식으로 정리했다.

 

정부는 최 씨에게 30일 안에 비용을 갚지 않으면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통보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실제 소송은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이뤄졌다. 국가가 최 씨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을 낸 시점은 지난해 11월이다. 수술비가 발생한 지 5년이 넘은 뒤였다.

 

국가재정법은 국가의 금전채권에 대해 별도 규정이 없는 경우 5년 동안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가 완성된다고 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제기한 소송은 처음부터 소멸시효 논란을 안고 있다. 법원이 시효 완성을 인정하면 국가는 최 씨 대신 낸 병원비를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에서는 정부의 대응이 지나치게 늦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장경태 무소속 의원은 국가가 5년 넘게 비용을 회수하지 못한 이유를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금으로 부담한 비용인 만큼, 행정기관의 관리 책임을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왜 소멸시효가 지나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재판 중인 사안이라 답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최 씨 측도 병원비를 내지 않은 이유 등에 대해 같은 이유로 답변을 피했다.

최 씨는 현재 치료를 이유로 일시 석방된 상태다. 관련 소송의 선고는 오는 10일 예정돼 있다. 재판 결과에 따라 정부가 3900만 원대 병원비를 회수할 수 있을지가 결정될 전망이다. 다만 시효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국가가 채권 관리를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